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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정 상 궤 도

김원영| 저자, 배우, 변호사

우리 몸이 손상을 입었을 때, 기계(기술)는 우리의 구원자처럼 여겨진다. “미래에 과학기술이 인간의 장애를 치료하고 모두가 자유로운 삶을 현실화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기술, 즉 보청기와 휠체어만으로 우리는 ‘정상적으로’ 걷고, 듣고 말할 수 없는 것일까. 김초엽과 김원영은 올 한해 잡지 <시사IN>에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했다. 우리는 이미 기계를 비롯한 타존재와 결합한 존재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미 사이보그가 아닌가. 만약 장애를 소거한 그 미래가 도래한다면, 우리의 몸은 여전히 우리의 몸인가. 사이보그란 장애를 소거한 존재가 아니라 장애를 지닌 채 여타의 존재들과 연립(聯立)한 존재는 아닌가 등의 물음을 던졌다. 

 

이지양과 유화수는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텍스트로 제기된 물음들을 독특하게 조합된 사물과 이미지들로 재창조한다. 이 기계(사물)와 이미지에 김초엽의 글과 김원영의 몸이 다시 접속한다. 텍스트는 만들어진 기계를 통해 수화언어가 되고, 몸의 움직임이 되고, 다시 텍스트로 돌아온다. 이 전시는 특정한 궤도를 따라 도는 여러 개의 현실이다. 그 가운데 정상적인 궤도가 있을까? 매끄러운 말과 명료한 메시지, 대칭과 균형을 이룬 채 ‘온전한’ 신체로 서 있는 단 하나의 현실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물과, 다른 언어와, 다른 현실들에 접속한 채로, 비정상의 궤도를 비정상적인 몸으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돌고, 돌아가고, 돌아온다.       

Intorduction : Stationary Orbit

Wonyoung KIM| Author, Actor, Lawyers

Machines(technology) are considered as our savior when our bodies are damaged. “In the future, science and technology will cure disability and realize freedom for everyone!” At this very moment, can technology, hearing aids and wheelchairs in other words, enable us to walk, hear and speak ‘normally’? Choyeop Kim and Wonyoung Kim published series of writing with the subject under ‘Becoming Cyborg’ in the magazine <SisaIn>. The questions are followings: our beings are already a combination of other beings including machines, therefore, in that sense, are we already cyborg? If the future comes with eliminated disability, are our bodies still our own? Cyborg is not something with eliminated disability, rather is it a coalition of other beings keeping disability?

 

Jeeyang Lee and Hwa-soo Yoo recreated the questions arose with texts from ‘Becoming Cyborg’ with strangely combined objects and images. Writings of Choyeop Kim and body of Wonyoung Kim reconnect to the machine(object) and images. Texts became sign language through a constructed machine, which became movement of the body, and again became texts. This exhibition is numerous realities orbiting specific path. Is there a normal path among those orbits? A single reality, with eloquent words, clear messages, standing on ‘undamaged’ body symmetrical and balanced, believed not to be existed. We are connected to the other beings, other languages and other realities, orbiting abnormal path with abnormal body over and over again in abnormal way.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                      김초엽

데이지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당신은 아주 이상한 기계를 갖고 계시네요. 이 기계는 정말로 이상해요. 기계가 지금 제가 하는 말들을 글자로 바꾸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에게 그 글자들을 보여주네요. 만약 당신이 제 말에 대답한다면, 이 기계는 그것 또한 글자들로 바꾸어서 저에게 보여주겠지요. 그건 모두 엉망진창이고,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아요. 이런 것이 왜 필요한가요?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여기에는 오직 당신과 나 두 사람만 있고, 우리는 둘 다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죠. 그러니 그냥 소리를 내어 대화를 하면 그만이지 않을까요?”

나는 대답했다.

“우리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볼 수 없지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우주는 우리가 결코 인지하지 못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가득 차있어. 그것들은 우리의 감각 영역 밖에 있을 뿐 언제나 그곳에 실재하고 있어. 이제 이 기계의 글자들을 봐. 이 글자는 처음부터 글자였을까? 목소리가 전기 신호로 전환되고, 전기 신호가 빛으로 전환되어 이 기계에 글자들을 새겨 넣기 전까지 우리는 그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해.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전환된 빛을 보고, 전환된 소리를 듣고, 전환된 감각을 느끼면서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정말로 듣고 본다고 생각하지. 만약 세상에 이미 그렇게 많은 전환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인간의 지극히 좁은 감각 영역을 위해 작동한다면, 왜 어떤 종류의 전환만이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질까?”

데이지가 물었다.

“하지만 당신과 나는 같은 현실을 공유하고 있어요. 지금 이 시간에요. 

그렇잖아요? 당신은 지금 내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요? 내가 쓰는 말들을 볼 수 있지 않나요? 왜 기계들이 우리의 진실한 대화를 가로막도록 놔두어야 하지요?”

나는 대답했다.

“우리의 현실이 정말로 같을까? 그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진실한 대화일까? 너는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지? 어떤 사람은 수요일에서 바닐라 냄새를 맡고, 또 어떤 사람은 남들이 결코 구분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의 빨간색을 구분하지. 우리는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관점을 상상하지 못하겠지. 자신의 수천 배나 되는 몸집을 가진 동물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진드기의 관점을 헤아려 볼 수도 없겠지.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 중 어떤 현실의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데이지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 다음 데이지가 말했다.

“아, 그래요. 그럼 알겠어요. 지금 이곳에는 서로 다른 현실의 결이 있고, 그것은 당신과 나의 것이군요. 그리고 이제 이 이상한 기계를 거쳐 또 하나의 현실의 결이 생겨났군요.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기계를 통해서 모두 각자의 현실의 결을 보겠군요. 그러니 이 기계는, 단지 수많은 현실의 결 중 하나일 뿐이겠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저도 이 기계가 마음에 들어요.”

데이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Daisy and Strange Machine                 Choyeop KIM

Daisy approached to me and said,

“You have a very strange machine. This machine is really strange. It is converting my spoken words to texts simultaneously. And it shows you the texts. If you answer my words, this machine will also convert those words to texts and show them to me. They are all messed up and not working properly. Why do you need this? I don’t understand. There is only you and I here, and we both can understand each other. So can we just speak up and talk to each other?”

I answered.

“We cannot see infrared rays and ultraviolet lights, however, we know that they exist. Universe is filled with dark matter and dark energy that we will never recognize. They are just outside of our senses, but they have been always existed. Now, see the texts from the machine. Have they been texts from the beginning? The voice is converted to the electric signal, the electric signal is converted to the light, and the light is inscribed in the machine. Before that we cannot see or hear it. However, now, we can see converted light, hear converted sound, feel converted senses and think that we can hear and see everything. If the world needs that much conversion, and it is operated with the human senses, which are extremely confined, how come only some kinds of conversion considered as unnecessary?”

Daisy asked.

“But you and I share same reality. At this very moment, isn’t it? Can’t you hear me? Can’t you see the words I use? Why should we let the machine interrupt our sincere conversation?”

I answered.

“Is our reality really same? Can the sincere conversation only take place in that same reality? How can you be sure? One person smells scent of vanilla on Wednesday, and the other person can distinguish various red colors nobody can differentiate. We will never imagine the perspective of a whale swimming in the sea. We can also never understand the perspective of a tick living off animals thousands times bigger than it. We can never be connected to the others’ realities completely even though we spare our entire lives. Everyone has different sides of realities. If our sides of realities all different, how can we consider some sides more superior than others?

Daisy gave a second thought and spoke about it.

“I see what you are saying. Now I understand. We are at different sides of realities at this moment, those belong to you and I. Now with the conversion of this strange machine, there is one more side of realities. People passing by will see their sides of realities in this machine. So this machine will just be one of many sides of realities.”

I nodded.

“Now I like this machine too.”

Daisy said and smi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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