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수선 : mending

2010

​박천남 |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지양의 작업은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의 꿈이나 추억을 모티프로 한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현존하지 않는 과거, 당시 가졌던 욕망, 믿음과 같은 정신적 부산물들이 그것이다. 현대도시문명 속 낯선 이방인으로 살면서 경험하는 두려움과 상실, 부재 등도 이지양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키워드다.

 

이는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냈던 개인적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청소년 시절, 한국이 아닌, 멀리 유럽에서 고교시절과 대학생활을 보낸 이지양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경험할 수 없는 절대고독은 이지양으로 하여금 소외된 것들과 가치, 함께 하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물론 낯선 외로움 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험과 기대, 이해, 설렘의 감정 등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또한 작업에 있어 동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세상을 알아 갈수록 이지양은 어릴 적 경험과 기억, 꿈과 추억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꿈과 추억을 되살리고 그것들을 반추하며 작품이라는 현실세계로 재현하려하지만, 이지양은 결국 '복구의 실패'를 경험한다. 이지양은 자신이 경험하는 소망과 냉엄한 현실 사이에서의 피할 수 없는 극명한 거리감과 갈등을 다양한 메타포로 구축하며 드러낸다. 재현, 하이브리드, 트랜스포메이션 등을 이용해 뒤틀리거나 변질된 꿈과 현실의 왜곡된 이미지 만들기 그리고 서로 다른 의미의 공존이나 공허함과 쾌락, 아름다움과 두려움 등의 상반된 가치들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소망과 현실 사이에서의 거리감, 괴리감으로부터 비롯한 것들이다.        

 

다양한 화법과 작법들을 실험해온 이지양은 특히, 바느질을 통해 그러한 거리감과 갈등을 봉합하고 위로한다. 바느질은 자신의 내면성, 특히 어릴 적 바람과 믿음을 수호하려는 의지와 외부 세계와의 소통을 매개하는 주요한 수법이다. 동물의 살집, 길에 버려진 인형,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헝겊 등을 꿰매고 누비고 이어나가며 자신의 갈등 구조를 다스리고 치유하고자 한다. 바느질은 이지양의 정신공간과 현실공간의 괴리를 감싸는 위로자이며, 두 공간의 합류지점으로 이끄는 안내자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조각조각 잘려서 꿰매어지고 그리하여 다시 복구의 도구로 채택되고 사용되는 어릴 적 기억과 욕망들..., 물질로서의 그것은 바느질을 통해 부활하지만, 이지양은 잊혀지고, 포기한, 또는 버려진 것들을 나름의 질서와 형태로 배열하고 조합하는, 꿰매는 과정에서 수많은 아픔과 찔림을 돌아보고 경험한다. 기억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사랑으로부터 잊혀지고 소외된 자신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동병상련을 반추한다. 하나의 살점이, 버려진 인형이, 헝겊 조각이 다른 형태로 결합되어 재생산될 때, 그의 작업은 문자 그대로 자신의 주제를 회복한다.

 

재활(re-habitalization), 부활, 복구의 도구로서 채택한 바늘은 그것이 지니는 위험성과 무게를 잊게 한다. 바늘은 보호의 기능을 하면서 조각나고 상처받은 것들을 하나로 규합하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바느질을 통해 이지양은 세상과 직접 만나면서, 그들을 어루만지며 스스로에 대한 치유의 경험도 함께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이지양은 하나의 정해진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이행하는 새로운 개념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의 바느질에 사용된 바늘과 실은 언젠가 그 견고성을 상실할 것이다. 즉 예상되는 보호의 취약성은 이지양을 정신적 불안에 빠뜨린다. 정신, 즉 내부의 공간은 외부의 공간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지양의 작업은, 한편, 유쾌하지 않다. 다소의 불편을 경험하게 한다. 게다가 독성이 있다.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지양의 작업은 유혹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재활시키고, 창조한 존재로서의 덩어리들은 놀랍고도 야릇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기묘한 빛을 발하고 있다. 불안한 야릇함으로 작품 주위를 맴돌고 있다. 부드러워 보이는 털과 헝겊, 동물의 살집들은 면도날을 숨기고 있다. 불안과 매력이 동시에 드러나는 작업의 이면에는 욕망이 속임수처럼 존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바느질에 의해 전혀 다른 질서로 꿰매어진 이런저런 작품들과, 거꾸로 매달려 찍은 인물들의 다소 고통스런 표정을 보이는 대형 사진작업 등이 선보인다. 파열, 굴절, 짜깁기된 기억의 현실을 형성한다. 그것은 말하고 기억하고 해석하는 총체적 과정 속에 있다. 일상의 현실과 기억에 대한, 삶과 예술의 상관성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이지양의 작업에는 연결과 동시에 분리의 개념이 잠복되어 있다. 우리에게 확신을 주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것을 제안한다. 관람객은 이러한 불일치의 간극과 공간 속에 순회한다. 이지양이 관심을 갖는 것은 사물들이 아니라, 사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다. 이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다른 것들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다른 것들이란 바로 삶이다. 이지양의 관심은 산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물들과 기억, 그들의 내부적, 외부적 공간 그리고 제도를 이해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지양에게 있어 어릴 적 경험은 중요한 것이고 현재의 활동 자체도 함께 작업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전시된 작업처럼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한다는 것’은 이지양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다. 자신이 어디에 있고 스스로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돌아본다는 것, 안다는 것, 발견한다는 것, 만난다는 것, 그리고 구별한다는 것,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붙이거나 바꾸고 고안하고 수정하고 다른 것들을 개입시켜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다는 것’은 이지양을 즐겁게 한다. 어떤 것들을 제거하고 거기에 다른 것들을 덧붙이며 삶의, 기억의 구성, 수선의 단서를 만들어나간다. 구성하고 수선한다는 것은 튼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지양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상당 부분 떨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바람직하다. 두려움을 덜 갖게 되면 사물을, 세상을, 삶을 그만큼 덜 어렵게, 자신 있게 읽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Memory’s mending

Park, Cheon-Nam | Curator research manager in Sungkok Art Museum

 

Jeeyang’s work makes dreams and memories in her past childhood motifs. They are no existing history which is never irreversible, and mental byproducts like the desire and belief had at that time. Fear and loss, absence experienced living as strangers in modern urban civilization are key keywords to understand her working.

 

This doesn’t seem irrelevant to her personal experience spending a long time away from her family. In adolescent time when she was sensitive to susceptibility, Jeeyang spent high school and university life in Europe rather than Korea had a lot of time alone. Absolute solitude friends in a similar age couldn’t experience made her think of value of what is alienated, life with someone a lot. Of course, there was not only strange loneness. Experience, expectation, understanding and flutter feeling were enough to act as a driver in working. 

  

Jeeyang tries to remember dreams and memories in her childhood as getting to know the world. Though Jeeyang tries to reproduce them as the real world, reflecting dreams and memories by reviving them, she finally experienced ‘Failure of recovery’. She reveals inevitable striking distance and conflict between the hope she experiences and harsh reality by establishing them in a variety of metaphor. She tries to deliver the making of images twisted or perverted dreams and reality are distorted by using reproduction, hybrid, transformation, etc and conflicting values such as coexistence, emptiness and pleasure, beauty and fear in a different meaning. These come from the distance, gap between the hope and reality had for a long time.

 

Jeeyang who did experimented with a variety of speech and writing sutures and consoles the distance and conflict especially through the sewing. The sewing is a main technique to mediate her internality, especially willingness to defend the desire and belief in her childhood with the communication with the outside world. Her structure of conflict is ruled and healed by sewing, quilting and joining houses of animals, dolls abandoned on the road, scraps of cloth remained while using. The sewing is a comforter to cover the gap between her mental space and real space and plays a role as a guide leading to meeting point of two spaces.

 

Childhood memories and desire adopted, used as a tool for the recovery again after being cut off piece by piece, sewed…  Though they are reproduced through sewing as a matter, Jeeyang looks back, experiences the number of pain and getting pricked in the process of arranging, combining and sewing forgotten, abandoned an discarded things in the order and form of them. She ruminates on affection and sympathy for herself and things forgotten and neglected from memories, people and love. When one of the flesh abandoned dolls, patches are combined and reproduced, her working recovers her topics literally.

 

Needles adopted as a tool of re-habitalization, recovery and resurrection forget their risk and weight. Needles grant new life for what are broken pieces and hurt by gathering them while playing a protective function. While Jeeyang meets the world through sewing, she undergoes experience of healing herself by touching them. Through this experience, Jeeyang experiences the new concept implementing from the world determined as one to other world. Needles and thread used in her needlework will lose their robustness someday. Namely, vulnerability of protection expected makes her feel mental anxiety. This is because mind, that is, internal space is closely related to external space.

 

On the other hand, Jeeyang’s work is not pleasant. You experience some discomfort. In addition, there is toxicity. You need to be careful. Her work is full of temptations. Chunks are filled with wonderful and strange elements as the presence she rehabilitates and creates. Strange light is being emitted. It is circling around her works with unstable insecurity. Hairs and cloth looking smooth the flesh of animals hide razor blades. Desire exists like cheating on the other side of the work anxiety and charm are revealed at the same time.

 

Various works sewn in a totally different order by sewing and large-scale photography showing figures’ painful expression taken hanging upside down are presented in the exhibition. The reality of the memory ruptured, refracted and patched is formed. It is in a holistic process to talk about, remember and interpret. Questions about day-to-day reality and memories and the correlation between life and arts are being brought up constantly. The concept of connection and that of division at the same time are dormant in her work. They propose to ask about what is certain. Visitors traverse in the gap and space of this inconsistency. She is interested in what is happening among things rather than things. It makes other things generate to express this. The other things are just life. Her interest is to live. It’s to understand memories with objects, their internal, external space and institutions.

 

The childhood experience is important to her, and the current activity becomes an important source of the work. The important thing is ‘to do’ so like the work exhibited for her. ‘To do’ is important for her. It’s to try to know where we are, where we are from. Seeing back, knowing, finding, meeting and distinguishing are to recognize and it’s to attach, change, design, modify and connect them by putting other things. Therefore, ‘to do’ makes Jeeyang excited. Life’s and memory’s composition and mending’s words are being made by removing some things and adding there to other things. Composition and mending are to make something strong. This process makes her get rid of a significant portion of fear. It’s desirable. Once she has less fear, she can read out things, the world and life much less difficultly, confidently.